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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당신편이 아닙니다·추방어부에 대한 상식 그리고 신뢰"

"당신들은 좌파, 우파와 싸울지 몰라도 저는 상식과 싸운다..어느 편도 아닌,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의 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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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기사입력 2022-07-19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반전카드가 되긴 어렵다..자충수가 될 카드"

 

 탈북민 출신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18일 페이스북 갈무리


<당신 편이 아닙니다>

 

요즘 쓴 글 때문인지 민주당 지지자들의 페친 요청이 많습니다.

저는 지나치게 특정 세력에게 편향된 분은 친구로 받지 않습니다.

친구 신청 들어오면 보긴 하는데, 굥, 문재앙 이런 글이 보이면 수락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선 투표도 하지 않습니다. 기자의 숙명이 비판인데, 자기가 찍어놓고 비판하는게 내 마음에 부끄럽고, 당당하지 못해서입니다.

 

어민 북송 사건은 갑자기 튀어나온 건 아닙니다.

저는 대한변협 북한인권특위 위원입니다. 강제 북송이 진행된 2019년부터 이 문제는 특위 주요 안건이었고, 법률적 관점에서 잘못이라 보는 의견이 다뤄졌고, 저는 흉악 범죄를 법으로 단죄할 수 있을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 문제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누가 국회의원이 됐을 때, 무엇보다 이 문제를 파볼 것을 주문하면서 북송 어부들이 무고하다는 것만 밝혀도 의원으로 할 일은 다 한 것이라도 했고요. 그러나 오랫동안 내린 결론은 그들이 흉악범이란 것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제가 갑자기 튀어 나와 정의를 부르짖는 것이 아닌, 제가 3년 넘게 법과 현실의 괴리를 두고 고민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 돌을 던지는 사람 중에 저만큼 오래 이 사안을 들여다봤던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특위 변호사 몇 분을 내놓고는 없을 겁니다.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고 법률 검토도 심중하게 이뤄지지 않고, 서둘러 몰래 보낸 것은 분명히 잘못이지만, 한국 법정에 세워 무죄로 풀려나게 하는 것은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북송 결정자들의 고민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또 제 의견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기에, 사견을 쓰는 페북에만 글을 씁니다.

 

지난 대선 때 지금은 장관인 윤 캠프의 모 인사가 제게 이 문제를 자문해왔습니다.

저는 상자를 열지 않는게 좋겠다,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야 좋은데, 감싸야 할 대상이 하필 희대의 살인범들이라니요. 그땐 모든 자료가 문 정부 손에 있으니 입증도 어렵고, 역공 맞기도 쉽고요.

 

그런데 집권하자 굳이 이 문제를 지지율 반전을 위한 카드로 꺼냈습니다. 이젠 권력을 잡았으니 자료 다 쥐고, 입맛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겠지만, 북송된 어부들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 아니었다는 확실한 자신감이 없으면 아주 아주 신중해야 했습니다.

 

흉악범이 아니라면 이보다 좋은 카드는 없겠지만, 흉악범인걸 부인하지 못한다면 통치 판단 영역에 넘어가 누구도 법적 처벌을 할 수도 없고, 결국 태산명동서일필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 이것 말고도 팔 게 얼마나 많은데 고르고 고른게 왜 본전도 못찾는 이겁니까.

 

이 문제는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저를 비난하지만, 결국은 흉악범들이 법정에 서더라도 무죄를 선고받아 우리와 어울려 살 수밖에 없다는 결과까지 사람들이 인식한다면 그땐 많은 이가 이해할 거라 봅니다. 물론 지금도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반전카드가 되긴 어렵습니다.

 

하락하는 지지율을 역전시키는 카드인지, 아님 전혀 도움 안되고 오히려 자충수가 될 카드인지 여러분들도 판단하실 겁니다.

 

외교안보의 첫 작품이 이거라니 바보같은 선택에 화가 나, 저는 왜 이게 문제인지 제 소신껏 글을 여러 개 썼습니다.

 

이 문제를 유튜브로 다룰 땐, 주구독자가 보수층인데 오늘 방송으로 수천 명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피할 수 없는 주제라 할 말은 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저를 자기 편이라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태도가 바뀔지도 잘 알고, 예상 그대로였습니다.

 

제가 누구에게 잘 보일 마음이 있다면 이렇게 대통령실과 집권당이 한 마음으로 끌고 가려는 이슈를 정면으로 반대하진 않았겠죠.

 

더구나 내 팬이라며 의견까지 물어보는 사람이 권력을 잡았는데 더 잘 보이려 노력해야 하는 게 정상이겠죠. 하지만, 제 스스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문제인데, 내 편이라고 반대의 논리를 제공하며 두둔하는 것은 부역이라 생각합니다. 침묵하는 것은 비겁함이라 생각합니다.

 

새로 페친이 된 분들은 며칠 사이 쓴 글을 보고 주성하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진 마시라고요. 어젠 문재인 정부 비판했고, 오늘은 윤석열 정부 비판했지만, 내일은 또 민주당 비판할 수 있습니다.

 

당신들은 좌파, 우파와 싸울지 몰라도 저는 상식과 싸웁니다. 제 평생 무엇이 옳은 일인지, 더 나은 일인지 고민하며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내 편인줄 알았는데 실망했다"고 화를 내지 마시라고요.

저는 어느 편도 아닌,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의 편일 뿐입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은 대한민국이 훌륭한 나라, 상식적인 나라가 되는 길입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어떤 눈치도 안 보고 할 말은 하고 사는게, 목숨걸고 탈북한 내 인생에 대한 존중이기도 합니다.

 

<추방어부에 대한 상식>

 


2019년 6월 삼척항 목선 귀순 때 “위장 탈북자를 문재인 정부가 받았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때 난 그들이 귀순인 이유를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설명했다가 공격받았다. 그때 들어온 청년들은 국정원 조사를 거쳐 지금 잘 살고 있다. 비슷한 일은 고무옷을 입고 바다를 헤엄쳐 온 탈북자가 나왔을 때도 벌어졌다.

 

진짜 탈북자는 위장 간첩이라 했던 사람들이 정작 우리 곁에 두고 살 수 없는 살인자들이 들어오니 이번엔 무고한 탈북민이라고 한다. 물론 저들이 무고하다고 주장할만한 신뢰성 있는 증거는 단 하나도 없다. 왜 항상 이렇게 청개구리처럼 주장하는지,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안타깝게 생각한다.

 

반대로 살인했다고 판정한 쪽엔 나포 경위부터, 16명을 살해했다는 자세한 경위를 담은 진술서, 감청자료 등 무수한 증거가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탈북한 사람들이라면 한국 군함을 보면 만세를 부르며 오는 게 상식 아닌가. 이틀이나 도망다니다가 사격까지 받고 자해까지 시도하면서 강제로 잡힐 이유가 있나.

 

그리고 두 번째 상식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은 사람들이 죽였다고 진술서를 쓰고, 그것도 굳이 16명이나 죽였다고 쓸 확률은?

 

두 명이 각방에 격리된 채 16명을 살해한 과정에 대해 똑같은 진술서를 쓸 가능성은 무지막지한 고문을 당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는 것뿐이다. 그것도 그 짧은 2~3일안에 둘이 살인행위에 대한 진술을 똑같이 했다고? 죽겠다고 잡도리한 것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고문을 당했다고 해서 똑같은 진술이 나올 수는 없으니까, 일치하는 진술서는 고문을 당해 받아쓰거나, 대신 써준 거라 할 수 있는데, 그걸 막으려고 취조실에 CCTV 등이 붙어 있는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국정원, 국방부, 정보사 등 수십 명의 요원이 작당해 거짓 증거를 만들어 무고한 청년 두 명을 북송했다는 것인데, 이걸 이미 반인륜적 범죄라고 낙인을 찍은 윤석열 정부는 자그마한 조작 증거라도 얼마나 찾고 싶겠는가.

 

아니, 증거 조작이 아니라, 증거 조작을 시도했을 수 있는 가능성까지 단 한 개의 꼬투리도 잡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윤 정부는 아직 이들이 살인자가 아니다, 또는 아닐 수도 있다는 말조차 안 하고 있다.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나포되고, 비상식적으로 며칠 만에 둘이 똑같이, 그것도 무려 16명이나 죽였다는 비상식적 진술을 하고, 거기에 시종일관 수 천 명의 탈북자를 다 받아준 정부가 잠깐 헤까닥해서 우연히 고른 김정은 진상용이 될 확률은? 

 

이 20대 초반 두 어부가 고위층 탈북자들보다 김정은에게 선물이 될만한 대단한 사람들이나 되나? 

 

본인의 발언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우연이 몇 번 겹쳐야 가능한 일을 확실하다고 자신하다가 뒷감당을 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검찰이 조사 들어갔다니까, 만에 하나 이들이 무고하다는 증거가 나오면 이건 경천동지할 일이 되긴 하겠지.

 

그리고 북한이 살인자라고 하면 우리도 살인자라고 인정하냐는 논리도 보이는데, 아니, 살인을 하지 않은 사람이 미쳤다고 살인했다고 진술서를 쓰나. 북한이 주성하를 성폭행범이나 살인범이라고 한다고 해서 내가 “예 맞습니다”고 인정하겠는가.

 

그걸 인정하는 경우는 다시 위로 올라가 고문당할 때뿐이다. 물론 나는 고문받다 죽어도 인정 안한다.

 

진짜 탈북자는 간첩이라고 하고, 동료 16명이나 살해한 흉악범이 오니 이번엔 무고하고 불쌍한 탈북자라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해봐야 마이동풍이긴 할 건데, 내게 항의할 필요가 없다. 증거 조작을 찾지도 않고, 진술서를 공개하지도 않고, 억울함을 풀어주지도 않는 윤석열 정부가 나쁜 것이 아니겠는가.

 

내 말이 이해되는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그러지도 않겠지만, 그렇게 분노한다면, 내게 뭐라하지 말고, 문재인 정부의 증거조작을 감추는 반인륜적 공범 윤석열 정부에 항의 시위를 하면 될 것이다.

 

<신뢰>

 

탈북단체장 단톡방들에서 주성하 성토장이 벌어지고 있다. 욕설과 비난이 난무한다.

"민간인 16명을 죽인 흉악범이라면 돌려보내는 것이 맞다"는 관점의 차이도 포용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획일적 사상에 동조 안하면 서로를 반동으로 몰아갔던 북한의 잔재 정도로 치자.

 

지난 대선 때 우르르 몰려가 문재인 지지 탈북민 300인 선언을 주도한 모 단체장이 "문재인한테 떡고물 먹겠다고 아부하냐"는 식으로 욕을 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다.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벌써 잊었나 보다.

 

분풀이를 해도 어민들의 무고함을 밝히지 않는 윤석열 정부에 화를 내야 하는게 정상 아닌가. 내가 떡고물 얻어 먹으려면 윤석열 정부에 아부하지, 뭣하려 끝난 문재인에게 줄을 서겠는가.

문재인 시절 탈북 단체들이 피해를 봤고 존재감을 잃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문재인이 증오스럽고 이번 기회에 강력한 메시지로 각인되겠다는 심정도 이해된다. 

 

그러나 너무 나갔다. 북송 어민들이 무고한 사람들이었고, 심지어 반체제 인사이고, 탈북 브로커요 하는 증명되지 않은 말을 진실인양 강력 주장하며 탈북사회를 선동하는 것은 심히 우려된다.

 

윤 정부의 조사 결과, 아니면 어떻게 되겠는가.

살인이 조작된거라 지금은 주장할 수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지게 돼 있다. 이 사회가 그리 만만하지 않고, 무고한  두 사람의 입을 맞추게 해 16명이나 죽인 흉악범으로 조작하는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까지 우리 사회는 왔다.

 

그랬다면 나라가 뒤집어질 사건이다. 권력자를 믿지 못한다해도 투철한 애국심과 직업 정신을 가진 국정원과 장교 수십 명의 조사요원들까지 동시에 입을 막는게 가능한가. 한국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지나치다.

 

결과 탈북민 사회가 거짓말쟁이들이 되고, 탈북 단체장들도 스스로 권위를 깎아먹게 된다. 진짜 탈북자를 위장 탈북으로 몰아갔던 때처럼 시간이 지나면 또 아무렇지 않은 듯 딴 선동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게 모여 신뢰를 상실한다.

 

흉악범인게 밝혀지면, 그때엔 흉악범도 법에 따라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주장으로 바뀌겠지만, 이게 부메랑이 돼 돌아와 사회에서 점점 고립되게 된다. 한국 사회엔 16명을 도끼와 망치로 잔인하게 살해한 흉악범들까지 받아서 재판받게 해야 된다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법률가들의 논리와 평범한 일반인들의 단순한 상식은 많이 다르다.

 

나아가 흉악범도 처벌하기 불가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한국 여론은 흉악범을 두둔하는 사람들에게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다. 나아가 흉악범도 받아 사회에 방출하라는 목소리를 가장 높이는게 탈북자 단체들인걸 안다면 탈북자 받지 말라는 여론까지 만들어지게 된다. 

 

흉악범을 우리와 섞어, 우리도 범죄자처럼 보는 시각을 만들지 말라고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게 탈북 단체들일진데, 지금은 정반대로 행동한다. 어부 16명을 죽인 살인마들을 탈북자로 만들어 같은 커뮤니티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가본데, 난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다른 탈북자는 다 받으면서 딱 두 명만 북송시킬 이유가 뭘까 의문만 가지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무모한 선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탈북민 사회는 북한과 이래저래 줄이 연결돼 있다.

흉악범들을 무고한 탈북자로 만들면 북한에 어떤 소문이 퍼질까. 남조선에 갔더니 김정은에게 다시 갖다 바치더라고 하지 않겠는가.

 

그건 탈북하지 말라는 말이다. 김정은이 바라는 걸 해주는 것이다.

차라리 살인치고 도망가도 안받아주더라고 소문이 퍼지는게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가.

 

상식적인 탈북자들이 막무가내 선동에 넘어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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