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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에 몰려온 한파, 온난화 직격탄 그리고 인간의 미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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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1-02-20

 

 

텍사스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뭐가 제일 먼저 생각나십니까. 사막, 서부극, 엄청난 소떼와 석유. 이런 거 아닐까요? 1970년대에 방송된 드라마 '달라스'는 텍사스 부호들의 온갖 나쁜짓들을 다 보여주지요. 조지 부시와 딕 체니 등도 석유재벌과 관련 있는 집안들이고.

텍사스는 영원한 반골 기질의 동네이기도 합니다. 멕시코에 맞서 싸운(사실은 멕시코 땅을 침략해 먹은거나 다름없는) 그들의 역사라던지,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곳이라던지, 텍사스 특유의, 별 하나가 그려진 론스타 깃발은 이번 트럼프의 유신 의회 쿠데타(?) 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했지요. 미국인들도 그들은 별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북부 양키네 시각으로 보기에 방울뱀 스테이크가 팔리는 이 동네가 '아주 많이' 이상하게 느껴질수도 있지요.

 


그러나 텍사스 사람들은 자기들이 '진짜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곳은 미국에서 알래스카를 제외하면 본토에서 가장 넓은 주이기도 하고, 일찌감치 석유 생산으로 부호가 된 이들도 많습니다. 제임스 딘, 록 허드슨, 리즈 테일러 주연의 영화 '자이언트'는 기존 텍사스에 어떤 변화가 왔는지를 보여주지요. 대농장주들이 석유재벌에 잠식당하고 기존의 가치관이 무너지는 미국을 잘 그려낸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텍사스는 무더운 곳으로 기억됩니다. 미국 남부의 대표적인 주이며 멕시코와 맞닿아 있는 이 주의 겨울은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없습니다. 건조하고 더운 텍사스는 그래서 뜻밖에도 미국 내 와인 주산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 워싱턴, 뉴욕, 오리건 주 다음으로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주이며, 발 베르데, 즉 녹색의 계곡이라는 이름을 가진 와이너리는 무려 135년의 역사를 지녔습니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쇠고기를 가장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이며, 스테이크의 크기가 두껍기로 유명하지요. 그중에서도 이른바 빅 텍산 스테이크라고 하는 건 72온즈, 즉 2.04kg 정도입니다. 한 사람이 다 먹기 힘든 스테이크인데 이게 한 덩어리로, 즉 1인분으로 구워져 나오는 거지요. 아마 이러니 와인 산업도 어느정도 같이 발달했을 겁니다.

 


아무튼 이 무덥고 건조한 텍사스가 눈폭풍이 덮쳐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평생 눈 위에서 운전해 볼 일 없었던 이들이 고속도로 위에 쌓인 눈과 얼음 위를 주행하다가 컨트롤을 잃고 무려 130중 충돌사고를 일으킨 거지요.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워싱턴 주에 와서 익숙하지 못한 빗길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들은 자기들의 홈그라운드가 갑자기 얼어붙어버리니 이런 사고가 난 겁니다.

이 최악의 한파는 텍사스에 있는 반도체 공장들까지 세웠습니다. 400만에 가까운 가정에 정전 사태가 왔고 공장들도 셧다운 되는 사태가 발생했지요. 그리고, 문제는 텍사스 뿐 아니라 미국의 많은 주에 이같은 이상한파가 몰아쳐 꼼짝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도 중단됐지만, 정전이 많이 일어난 곳들은 비상 발전기가 없는 한 영하 70도를 늘 유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 같은 경우는 폐기처분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 온 것이지요. 전혀 영하로 떨어질 일이 없던 곳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 모든 문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구온난화 때문에 벌어진 겁니다. 극지방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여기에 머물러 있어야 할 차가운 북극 기류가 남쪽으로 밀려내려온 거지요. 그런데 북위 25도부터 36도까지에 걸쳐 있는 텍사스에까지 이런 한파가 미쳤다는 건 예사로운 일은 분명히 아닙니다. 북위 47도라는 고위도 지역의 시애틀이나 그보다 훨씬 북쪽의 알래스카보다도 추워진 텍사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왜 우리가 지구온난화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지를.

 

 

어쩌면 우리는 다시 빙하기를 맞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구의 장구한 역사를 볼 때는 매우 당연한 일인지 몰라도, 지금 이 시기에 지구에 잠깐 머무는 것일지도 모르는 인류에겐 대재앙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인간은 이런 현상에 스스로 가속도를 붙여 놓았습니다. 지구별로서는 어쩌면 자기 껍데기 위에 살고 있는 평형을 깨는 귀찮은 존재, 인간을 청소해 버려야 할 이유가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지구의 곳곳에서 인간이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들을 모두 의미없는 것들로 돌려놓을 법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불의 고리를 따라 발생하고 있는 거대한 지질 활동이라던지, 갑작스런 이상 기후라던지... 물론 인간은 위대한 존재이고 이 지구 위에 거대한 족적을 남겨 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대자연의 앞에서 우리는 늘 한갖 미물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알고 보면, 우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이렇게 삶이 제약받을 정도의 한계를 지니고 사는 유기체이고,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작은 변화에도 삶의 패턴이 망가질 수 밖에 없는 미미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 존재들이 불평등을 굳이 고수하면서 사는 모습을 지구의 입장에서 보게 된다면 얼마나 웃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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